바다와 산

남과 여. 로망과 로맨스. 그리고 세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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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선원이야기 30

무심코 지나친 ‘나’를 찾아서...

무심코 길을 걷다보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만큼 갔는지, 눈앞을 지나는 개가 있었는지, 귓전을 울리는 풍경소리가 있었는지를 모른다. 강당에 앉아 강의를 듣는 학생이 어제 패한 당구 게임을 생각하거나 점심 때 식당에서 마주친 여학생을 생각하고 있으면 흑판의 글자가 보이지 않고 스피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렇듯 무심코 또는 엉뚱한 곳에 정신을 팔고 있으면 상대의 형상이 보이지 않고 소리가 들리지 않듯이, 내가 나를 지금까지 무심코 보아온 탓에 정작 나라는 존재에 대해 깨닫고 살아온 것 같지를 않다. 말하자면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바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 온 ‘나’는 남이 부러워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 늘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정도의 부를 가진 사람, 만..

고로쇠와 변강쇠의 관계.

지난 2월 5일에는 15년 전 창원에서 거창군 가북면 용암리 마을로 귀농을 한 사람을 따라 고로쇠 수액 채취 준비작업을 하는데 함께 가 보았습니다. 거창의 오지 중의 오지마을인 이곳에 온 사연은 나와는 사뭇 다른데 우연히도 그는 고향도 나와 같은 남해이고 창원에서 살기도 했으며, IMF를 맞아 경제적 형편이 어렵고 자신과 아내의 건강마저 위태하여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그와 그의 아내는 오래 전부터 불교와 연을 맺고 참선공부를 많이 하여 내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므로 자연스레 절집의 말동무가 되었습니다. 나는 특히 불교에서 말하는 ‘참 나’라는 것에 대해 딱히 개념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그는 “내 몸은 자동차요, 자동차는 저절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운전수가 운전하는 대로 가고, 그 운전수가 ..

'나를 지켜주는 부처'를 찾게 한 약.

우리는 한량없이 심성 좋은 사람을 두고 부처 같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영혼이 맑아 가만히 마주 하고만 있어도 맑은 공기를 마시는 듯,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듯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신비한 기운 같은 것을 지니고 있지요. 그런데 내게는 ‘부처 같은 사람’이 아닌 ‘사람 같은 부처’가 항상 곁에 있어 어딜 가나 행복하고 든든하답니다. 그는 내가 지병으로 죽도록 고생하던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를 그의 침술로 다 고쳐 주었습니다. 특히, 목 디스크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는 큰 병원과 의사들도 손을 드는 판이었는데 그가 결국 날 구해 주었습니다. 아프게 침놓는다며 돌팔이라는 욕이라도 할라치면 그는 “허허 침이 아픈 것 보니까 아직 덜 아픈 모양이다”하면서 침을 한 번 찌를 뿐... 그런 그..

커피 한 잔의 깨달음.

절집에서는 대체로 녹차나 전통차를 마십니다만 혼자서 식후의 차로는 아무래도 커피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1회용 커피를 뜯다가 문뜩 30년 전 우연히 보게 된 마누라의 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찻집을 하고도 남을 정도로 차그릇이 많은데 마누라가 유난히 차그릇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제사 짐작할 것 같습니다. 일기장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면장실에 손님이 왔다. 면장님이 나보고 커피를 타오라고 했다. 순간 창피하고 부끄러워 어디로 숨어야 할지 몰랐다. 나는 한 번도 커피를 타 본적 없다. 나도 하루빨리 커피 타는 법을 배워서 당당하게 손님을 맞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아니 꼭 그렇게 하리라.」 지금 보면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1978년이니까 이때는 ..

'용암리 풍경'에 할 말이 없다.

거창군 가북면 용암리 주변의 풍경입니다. 불교에서 부처님의 참 진리는 말로도 전할 수 없고, 경전으로도 전할 수 없으며, 오로지 참선에 의해 대오각성한 자들만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진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신비한 자연의 이치와 아름다운 풍경을 어찌 글과 말로 표현이 되겠습니까? 그냥 즐길 뿐입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혹은 운전하면서, 혹은 뉴스를 보다가 스트레스 받으면 주말에는 자연으로 가서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세상이 있습니다.

우리는 TV를 보면서 아프리카나 인도네시아 정글 속에서 원시생활을 하는 종족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저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하며 신기한 눈으로 봅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저녁 9시에는 KBS뉴스를 보고, 현대나 기아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타며, 삼성이 만든 핸드폰을 사용하며 그냥저냥 대동소이한 삶을 살아간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창의 산골마을에 들어와 두 달가량 살면서 느끼는 바로는 한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도 참으로 다른 세상들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도시세상과 농촌세상입니다. 오늘날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누구라도 이메일 주소 1개 이상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이슈..

눈길 산행 유의사항.

절집에 있는 동안 주변 산들을 둘러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계속 눈이 내리는 바람에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 토요일에는 큰마음을 먹고 3~4시간 코스의 산을 타기로 하고 출발하였습니다. 하지만 본래 가기로 했던 코스는 가지도 못하고 무려 8시간의 산행을 하면서 죽도록 고생을 하였습니다. 고생을 하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먼저 산 아래서 보는 산의 눈과 산에 올라 보는 눈에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산 아래서 보면 나무에 가려 눈이 없어 보이는데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눈의 깊이는 깊어집니다. 그 까닭은 고지대일수록 기온이 낮아 눈이 녹지 않으므로 그해 내린 눈이 차곡차곡 그대로 쌓여 있는 것입니다. 본래 계획은 홍감마을에서 단지봉을 올랐다가 내촌마을로 가기로 하였는데 산 능선에 오르고 보니 내촌쪽으로는 눈이 ..

영혼의 때를 벗기는 목욕탕으로.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매일 세수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합니다. 그리고 매일 집안 청소를 하고 계절마다 옷과 이불 등 살림들을 정리하고 삽니다. 만일 이런 하찮은 일상습관이 없다면 우리는 아마도 더럽고 복잡해서 살지를 못할 것입니다. 해가 바뀌는 연말연시쯤이면 사람들은 책장과 서랍을 정리하면서 새해의 희망이나 바램을 나름 머릿속에 그리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새벽 108배 절을 하다 보니 바로 아래 장면에서 내가 지금까지 놓치고 살아왔던 것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위의 사진이 108배를 한 후의 방석위치이고, 밑의 사진이 그 전의 방석위치입니다. 108배를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방석이 이만큼 밀려갔던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하다보면 그 행위..

눈과 귀는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도 없는 공갈 CC카메라.

눈 내린 밤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요? 나는 지금껏 소리는 귀로만 듣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눈 내린 밤길을 홀로 걷다보니, 소리는 몸으로도 듣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발뒤꿈치로도 듣고, 지팡이를 쥔 손가락으로도 듣고, ...................................... 눈이 다져지고 뭉치는 함성을, 얼음이 바스러지며 토하는 차디찬 신음소리를 귀는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달이 지는 새벽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요? 나는 지금껏 형태는 눈으로만 보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달이 지는 새벽하늘을 바라보노라니, 형태는 마음으로 본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세보지 않은 사람은 별이 그토록 많은 줄 미처 알지 못합니다. 떠오르는 해에 쫓겨 지는 ..

용암마을 물레방아 발전기의 실화.

거창군 가북면 용암리 용암마을의 이야기입니다. 신년을 맞은 1월1일 마을회관에서 떡국을 끓여 마을사람들끼리 나눠먹기로 되어 있어 이 날은 하루동안 두 번이나 제설작업을 했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바람에 노인네들 거동이 위험하여 끝네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밤사이 약간 눈이 오긴 했어도 아침부터 햇살이 좋아 마을회관에서 떡국을 끓여먹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 들입니다. -이 마을에는 예전에 물레방앗간이 개인 것과 마을 것 두 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개인이 모두 인수하여 운영하다 남아있는 흔적이 이 곳이고, 바로 이곳에서 발전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바구 1) 지금 마을회관의 자리에 일제시대에 학교가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 송정마을의 용암초등학교 폐교는 1940년도에 건립되었고, 지금 73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