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산

남과 여. 로망과 로맨스. 그리고 세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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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선원이야기 30

향곡선사의 법문 -사자후

춘성스님께서 대중에게 물었다. “깊은 산 굴 속에 청사자 한 마리가 있었는데, 산에 갔다가 그 사자를 만났다면 어떻게 해야만 되겠습니까?” 그때 대중 속에서 노스님 한 분이 나와 말하였다. “시자야, 절을 한 번 올려라,” 그 뒤 춘성스님께서 이 이야기를 가지고 스님께 물었다. 스님께서 곧바로 벽력같은 음성으로 ‘사자후’를 터뜨리자, 춘성스님께서 찬탄하였다. “과연 남방의 선지식이로다,” ............................................................................................. 누가 내게 이를 두고 어떻게 생각하는냐고 묻는다면, “털이 난 거북과 뿔이 난 토끼가 서로 보듬고 한바탕 춤을 춤이로세. ”

향곡선사와 진제선사 사제 간의 법 문답-벙어리

하루는 향곡선사께서 제자 진제선사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법안문익선사가 말 못 하는 아이를 보고 게송을 읊으셨다. 여덟 살 먹은 아이 물어도 말을 못 하니 이는 말 못 함이 아니라 큰 법을 드러내기 어려움일세 뒷날에 백운단선사는 이 일을 가지고 말씀하기를, ‘어찌 말 못함이 바로 이르지 못함이랴! 대도를 온전히 드러내었네’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드러내기 어려움일세’라고 하는 것이 옳겠는가? ‘온전히 잘 드러내었네’라고 하는 것이 옳겠는가? 일러보라! 진제스님이 답하였다. “저는 모두에게 삼십 방을 때리겠습니다.” “필경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동지부터 한식까지는 백오 일입니다.” “옳고 옳도다.” ...........................................................

차수(叉手)

향곡선사의 법문 중에서 .................................................................................................................................... 옛날 중국 천태산에는 풍간豐干, 한산寒山, 습득拾得 세 분의 성인이 계셨다. 하루는 습득이 마당을 쓸고 있는데 그 절의 사주寺主가 물었다. “너는 풍간선사가 주워 왔기 때문에 이름을 습득이라 하였다. 너의 본래 성이 무엇이냐?” 습득이 마당을 쓸던 비를 땅에 내려놓고 차수를 하고 서 있자, 그 스님이 거듭 물었다. “너의 본래 성이 무엇이냐?” 습득이 땅에 내려놓았던 비를 잡아들고 가 버렸다. 또 명주 땅에는 항상 온갖 물건을 넣은 자루를 어깨에 ..

혜충국사의 삼환시자

-향곡선사의 법문 중에서- .................................................................................................................................................... 어느 날 혜충국사가 시자를 불렀다. “시자야!” “예.” “시자야!” “예.” “시자야!” “예.” 이렇게 세 번을 부르고 세 번을 답하자 국사가 말씀하셨다. “장차 내가 너를 저버리는가 하였더니, 도리어 네가 나를 저버리는구나.” 시자는 이 말씀을 듣고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 이 ‘삼환시자 三喚侍者’에 대해 지문광조 선사는 이렇게 염拈하였다. “아이를 사랑하다 추해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구나.” 그리고 또 말하였다..

성당의 성가대가 절에서 찬불가를 부르고. . . 용암선원 탱화불사 점안식에서

지난 이태에 걸쳐 겨울 동안거 3달 동안 내가 머물던 거창군 가북면 용암선원이라는 절에서 11월 1일(음력 9월 9일) 탱화불사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 절의 주인인 정묘스님이 혼자서 지내는 토굴이기도 하거니와 스님은 포교보다는 오로지 참선공부에 몰두하는 스님인지라 시봉하는 사람도 없고 신도도 별로 없으므로 이런 큰 행사를 앞두고는 스님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모든 것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많지 않은 손님들이지만 작은 절집 안에 모두 모실 수 없어 부득불 야외에 손님을 모실 수 밖에 없으므로 내게 나무로 야외테이블을 짜고 임시용 화장실을 좀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하여 10월 29일 절에 왔습니다. 그리고, 난생 처음 절에서 하는 탱화불사와 부처님 점안식 행사를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설치한..

70년대를 풍미하던 오미자 & ...

최근 내가 사는 귀산동의 바닷가에는 왠 커피숍이 그리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횟집을 하던 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커피숍으로 개장을 하기에 딸내미한테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5천원짜리 점심 먹고 8천원짜리 커피 마시는 것이 요즘 대세다,”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70~’80년대에는 시가지 내 웬만한 규모의 빌딩이면 다방 하나쯤은 다 있다가 ’90년대 접어들면서 다방이란 이름 대신 커피숍으로 바뀌면서 그 숫자도 차츰 줄어 2천 년대 들어서는 호텔 커피숍이 아니면 찾기가 힘 들 정도로 흔적이 사라지다가 요 몇 년 사이에 부쩍 커피숍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월 따라 유행은 늘 변합니다만 70~80년대의 다방풍경의 추억을 떠올려보면 입가엔 웃음이 절로 배어납니다. 오전에 다..

거창군 용바위골 전투 위령비 세워야.

거창의 가북면 용암마을에 눈이 내리니 지난해 눈길에서 길을 묻던 70대 노인이 생각납니다. “두 살 위인 형이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이곳 용암마을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기는 하였지만 시신이 어디 묻힌 줄 몰라 가끔씩 이 마을에 와서 길가에 소주 한 잔 부어놓고 산을 향해 절만 하고 간다.”고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용암마을 노인들에게 물어보니 종종 그런 일이 있다며 6.25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이 있은 후 북으로 후퇴하던 북한군 1개 사단이 퇴로를 잃어 가야산과 우두산 일대로 숨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국군 3개 사단과 경찰병력이 북한군 토벌작전에 나섰는데 밤에는 북한군이 양식을 구하러 마을에 들어오고, 낮에는 국군과 경찰이 음식을 달라고 하였답니다. 그런데 이 ..

군불과 나.

간밤에 아궁이에 군불을 떼고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궁이에 나무를 태우면 불이 되고 (木 ⇒ 火) 불은 공기를 데우고,(火 ⇒ 風) 공기는 돌과 흙을 데우고,( 風 ⇒ 地) 돌과 흙은 내 몸의 수기를 데우고,(地 ⇒ 水) 몸의 수기는 마음을 일으키고,(水 ⇒ 心) 마음은 육신을 움직이게 하고(心 ⇒ 活) 그 움직임이 나무를 베어 죽이고(活 ⇒ 死) 죽은 나무는 타서 재가 되어 사라지고,(死 ⇒ 滅) 그리고 재는 다시 그름이 되어 나무로 키워내니(滅 ⇒ 生) 나의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요, 나와 나무가 둘이 아니요, 火風地水가 둘이 아니요. 生死活滅이 둘이 아니로다. 이렇듯 만물은 하나로 통하는데 그 일물은 어디로 향하는가?

도와 부처가 있는 길.

이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까요? 지난해 겨울 거창의 용암선원이라는 절집에 머무는 동안 산행을 갔다가 이 표식을 보고 따라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 식겁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들어 또 절집에 와서 이곳을 지나다 문득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곳 지리를 모르는 등산객이 보면 이정표라 생각하고 길을 계속 갈 것이고, 이미 지리를 잘 알고 있는 마을 사람이 보면 그냥 헝겊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고 무심히 지날 것입니다. 불가에서 '도와 부처는 처처에 있으되 보는 자는 보고 못 보는 자는 못 본다'고 하였습니다. 남들이 이정표라 생각하고 헝겊이라 생각하는 그 속에 도가 있음을 나는 보았으니 나는 그 물건이 도와 부처라 봅니다. 도대체 길이란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왕래하기 좋은 통로’정도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