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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선원이야기

영혼의 때를 벗기는 목욕탕으로.

선비(sunbee) 2013. 1. 4. 11:52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매일 세수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합니다.
 그리고 매일 집안 청소를 하고 계절마다 옷과 이불 등 살림들을 정리하고 삽니다.
 만일 이런 하찮은 일상습관이 없다면 우리는 아마도 더럽고 복잡해서 살지를 못할 것입니다.


해가 바뀌는 연말연시쯤이면 사람들은 책장과 서랍을 정리하면서 새해의 희망이나 바램을 나름 머릿속에 그리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새벽 108배 절을 하다 보니 바로 아래 장면에서 내가 지금까지 놓치고 살아왔던 것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위의 사진이 108배를 한 후의 방석위치이고,

  밑의 사진이 그 전의 방석위치입니다.
 108배를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방석이 이만큼 밀려갔던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하다보면 그 행위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이 어디로 떠밀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마냥 그 행위에 매달려갑니다.
 한참을 매달려 가다보면 자신이 뭣 하다가 그기에 매달렸으며, 뭣 하러 가고 있는지조차도 잊고 맹목적으로 매달려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평생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몸의 때는 매일같이 벗기면서도 정신의 때는 벗길 생각은 않고,
 옷장과 이불장은 정리하면서도 마음의 장은 정리할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 입니다.  
 우리가 버려야 할 물건과 세탁하고 말려서 보관할 물건들을 구분하고 정리하듯,

 살면서 한번쯤은 우리네 정신과 마음속에도 간수하고 버려야 품목들을 구분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목록을 일단 108배 참회문을 참고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버려야 할 목록.

 성냄, 모진 말, 교만함, 탐욕, 시기심, 분노심, 인색함, 원망하는 마음, 이간질, 비방함, 무시함, 비겁한 말과 행동, 거짓말과 위선, 남의 것을 훔치는 생각과 행동, 취미나 즐거움으로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

 

 

  간수해야 할 목록.

 조상님의 은혜,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 일가친척들의 공덕, 배울 수 있게 해준 인연, 먹을 수 있게 해 준 인연, 입을 수 있게 해 준 인연,  이곳에 머물 수 있게 해 준 인연, 내 이웃과 주위에 있는 모든 인연,

 

 

 청소하고 세탁해야 할 목록,

 

집착하는 마음과 말과 행동, 내만이 옳다는 어리석음, 세상을 이분법으로 분별하는 버릇,


 늘 휴대해야 할 목록.

 자연이 우리들의 스승, 가장 큰 축복이 자비심, 가장 큰 재앙이 미움과 원망, 가장 큰 힘이 사랑

 

 

 그러고 보니 오늘이 몸의 때를 벗기러 가는 날이네요.
 절집에서는 본래 매9일이 목욕하고 빨래하는 날인데 나는 주기를 열흘을 닷새로 줄여 4일과 9일을 목욕일로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절도 아니고 중도 아닌 어중잽이 절집 살이 인 셈이죠. ㅋㅋ

 

몸의 때는 가조온천에 가서 벗기고,
 영혼의 때는 용암선원에서 벗기고....

 

 

 아 흐~
 심호흡 한번 하고,

 기지개 크게 한 번 펴볼 꺼나!

 

 

-개한테 쫓겨 나무에 매달린 고양이,

 우리도 어쩌면 일상에 쫓겨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지는 해가 소나무에 걸려 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두고 "솔광이다!"하고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