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산

남과 여. 로망과 로맨스. 그리고 세컨하우스

남과 여. 로망과 로맨스. 그리고 세컨하우스 자세히보기

공무원 이야기/창원시정에 관한 이야기

돝섬의 8억짜리 보물을 찾아.

선비(sunbee) 2012. 10. 30. 11:04

 돝섬의 8억짜리 보물을 찾아.

 

 

 10월 28일에는 ‘이배사’(이순신을 배우는 사람들) 회원들과 함께 요트를 타고 이순신장군의 조선수군 항로 체험답사에 나섰습니다.
 이날 아침  8시 20분에 혼자 귀산을 출발하여 진해 요트학교 계류장을 향했는데 10시 약속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이 곳까지는 동력으로 항해를 했습니다. 다행히 정확히 제 시간에 도착하여 회원7명을 태우고 진해만을 벗어나자마자 엔진을 끄고 세일(돛)만으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바람도 좋고 날씨도 쾌청하여 세일항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날의 답사 코스는 조선수군이 제1차로 출전하여 두 번째 해전을 치룬 합포해전지(지금의 진해 학포)로부터 그날 밤 야영을 하였다는 남포 앞바다까지였습니다.
 당시의 기록인 이순신의 『임진장초』 「제1차 옥포승첩을 아뢰는 계본」에는 이렇게 그날의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웅천땅 합포 앞바다에 이르자 왜적들은 배를 버리고 육지로 오르는지라 (여러 장수들이 힘을 합쳐서) 왜선들을 남김없이 쳐부수고 불태웠으며, 밤중에 노를 재촉하여 창원땅 남포 앞바다에 이르러 진을 치고 밤을 지냈습니다.”

 

 다음에는 적진포해전지를 갈 예정입니다. 적진포가 지금의 어디쯤이었는지를 두고 학자들 간에 이견들이 있는데 남포에서 야영을 하고 새벽에 출발하여 전투를 치르고 아침밥을 먹었다고 하니 당시 3~5노트의 전함 속도 정도로 되짚어가면 그 위치가 가늠이 되리라 봅니다.

 

 아무튼 이날 우리는 남포 앞바다에 이르자 바람이 잦아들면서 바다가 잠잠하므로 미리 준비한 진해의 말이김밥, 충무김밥, 생선회로 선상에서 성대한 오찬을 하고 귀산을 향했습니다.
 이 때도 풍향과 풍속이 세일항해를 하기에 아주 좋은 상태였기에 엔진을 끄고 항해를 하였음에도 너무 빨리 귀산 앞바다에 이르러 시간이 어중간하여 조각비엔날레가 열리는 돝섬을 가보자고 하였습니다.
  

 

 

-진해 요트학교 계류장에서 기념촬영

 

 

 

-오늘의 항해코스와 조선수군 그날의 의미를 새겨 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바람이 불자 요트는 기울고,    처음에는 쫄다가 차츰 익숙해져 제법 여유를 부려 봅니당~

 

 

 

 


 나는 평소 돝섬의 개발과 조각예술에 관한 관심에 많았던지라 2011년 4월에 내 블로그에 돝섬을 조각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제안을 한 바도 있고 하여 진작에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피일차일 하다가  비로소 이날에야 가게 되었습니다.

2011년 4월에 내 블로그에 올린 글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략)
 돝섬을 조각공원을 겸한 스튜디오 공간으로 조성하였으면 한다.
 
 조각은 쇠를 깎고 돌을 다듬는 작업이 많아 그라인더소리와 해머소리가 시끄러워 도심에서 작품활동을 하기 곤란한 예술장르이다. 그래서 이곳을 조각가들의 예술활동 공간으로 제공하여 그들이 마음 편히 창작활동과 작품전시를 하도록 하며, 또한 그들의 상상력으로 기존 시설물들을 리모델링하여 시설물 자체부터 예술화 하는 것이다.

 그리고 탐방객에게는 조각예술의 감상과 체험활동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돝섬을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하여 예술가와 돝섬이 상생하는 방도를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조각예술을 권하는 데에는 전술한 소음문제외도 창원시가 지니고 있는 인적, 산업적 인프라가 조각예술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적 인프라 측면을 보자.
 우리는 창원의 조각가하면 문신 작가만을 생각하는데 대한민국 조각 1세대의 대표인 김종영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추상조각을 개척한 선구자요, 2세대로는 문신, 3세대로는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을 조각한 작가 김영원을 비롯한 박석원, 박종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이 창원출신이다. 그리고 그들의 문하생들이 대한민국 조각예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음으로 산업적 인프라를 보자.
 현대 조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소재가 금속재이고, 창원은 기계산업의 메카로 금속재의 제조기술이 가장 발달한 도시이다.
 예전에는 조각가들이 모형과 본 작품을 조각가 스스로가 다 만들었지만 오늘날에는 디자인과 모형까지만 만들고 본 작품은 금속제조업체에 의뢰한다.   그러므로 금속제조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도 없다.
 
 나아가 앞으로의 조각예술 사조가 움직이는 조각, 즉 키네틱아트 쪽이 대세일 것임을 감안한다면 창원의 기계산업과 조각예술의 궁합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라 할 것이다.
 
  창원시는 새로운 통합 상징조형물을 만들고 돝섬에 새로운 시설물을 건립하기 보다는 창원의 근대사적 흔적을 간직한 이 돝섬에 예술가의 혼을 불어 넣고 시민의 애정을 담아 돝섬 자체가 통합시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꾀하여 보았으면 한다.”

 

 

 

 

 

 

 나는 창원 시내에서 “2012 창원조각 비엔날레”하는 커다란 광고탑을 보았고 창원시가 8억이나 되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조각작품을 전시한다고 하기에 뭔가 볼 만한 보물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이날 보니 완전 실망이었습니다.

 

 사실 언제부턴가 많은 지자체들이 관광상품을 만든다며 아무런 특색도 차별성도 없는 조각공원을 전국 곳곳에 조성해 놓고 있습니다.
 조각공원이 관광상품이 되려면 어느 지역을 찾은 김에 조각공원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조각공원을 관람하기위해 그 지역을 찾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역을 대표할 만한 상징성이 있거나 아니면 다른 지역의 조각공원과는 뭔가 차별성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제안한 취지의 키네틱아트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아직은 흔하지 않고, 조각가들의 작업모습을 보여주자는 제안도 다른 지자체에서는 아직 시도하지 않은 예외적인 시도이므로 이런 것을 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아직은 인지도가 낮은 무명의 작가들이지만 언젠가는 이들이 빛을 발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아직은 시민들에게 생소한 조각이라는 예술장르에 대해 친근감과 이해를 확산해 가자는 의도였습니다.

 

 창원시가 어떤 계기로 돝섬에 8억이나 되는 조각작품을 설치하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이 모습은 문화예술사업이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보여주기 행정, 돈 붓기 사업의 토건사업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 전시된 작품의 작가들은 전국에서 제법 내가 냅네하는 기성작가들로 이런 작가들의 작품은 비싸기도 하지만 이들의 작품은 전국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차별성이 없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돝섬을 살아있는 관광명소로 만들고자 한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상징성이 있거나 신예이긴 하지만 차별성이 있는 작가들을 유치하여 돝섬을 간 김에 조각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조각작품을 보기 위해 돝섬을 찾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