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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이불 속에서 춤추는 단감축제 재미는 누가?

선비(sunbee) 2013. 11. 6. 09:50

 

 이불을 뒤집어쓰고 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어린 아이들은 친구들과 혹은 형제끼리, 성인은 ????

 

 암튼 이불을 뒤집어쓰고 놀이를 하는 이유는 누가 들을까봐, 볼까봐 몰래 하는 짓거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11월 2일 개최하는 창원단감축제를 앞두고 이 축제를 총괄하는 창원단감축제제전위원장인 김순재 창원동읍농협조합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즘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가지고 수박축제다, 인삼축제다 하면서 온갖 축제를 하고 11월 2일에는 창원의 동읍과 바로 그 이웃에 있는 김해시 진영에서 동시에 단감축제를 하는데,
 창원단감축제 예산이 1억 6천이고 진영단감축제 예산이 2억6천정도인데 창원에서 생산되는 단감이 진영에서 생산되는 단감 수확량의 세배정도임을 감안하면 행사비용의 균형면에서도 웃기는 이야기이고,
 축제 예산의 대부분이 가수, 풍물패 초청하여 흥청망청하는 비용인데 과연 이런 짓거리가 농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입니다.

 

 

 창원에서 생산되는 단감의 40%는 수도권에서 소비되는데 창원에서 단감축제를 한답시고 해본들, 아닌 말로 이불 뒤집어쓰고 그 속에서 깨춤을 추든 만세삼창을 외치든 말든  정작 단감을 소비하는 수도권이나 바깥의 사람들 중 누가 관심을 가지겠느냐며 지금의 축제행태에 대하여 몹시 못마땅해 했습니다.

 

 

-창원단감을 널리 홍보해 달라고 호소하는 김순재 조합장-

 

 

-창원은 공원도시인 줄만 알지 대한민국 단감 60% 주산지인 줄은 모르는 현실

 김순재 조합장은 지금 OECD 선진국들은 3.4.5차 산업도 강하지만 농업 역시도 강국인데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농업을 지나치게 경시해버렸기에 농촌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고,
 농사짓는 농민들은 노동밖에 모르고 모난 돌에 정 맞는다고 그저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다 보니 스스로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살다보니 고생만 죽싸게 하고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 받고 있으니 웃기는 이야기이고,
 창원시만 하드라도 ‘단감’ 하면 모두가 ‘진영단감’만 알았지 창원시가 진영보다 단감을 3배로 많이 생산함에도 "공업도시 창원에서 무슨 단감을 생산하느냐"할 정도로 창원단감을 브랜드화 시키는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창원에 사는 우리도 창원단감이 진영단감보다 생산량이 많다는 사실과 대한민국에 수도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팔도가 각종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토이듯이,
 인구 천만의 서울시면적이 605.25Km2, 인구 백만의 창원시 면적이 736.34km²이고 보면 창원시 극히 일부의 도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농토임에도 창원시가 모두 공업도시인 냥 착각하고 살아왔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뒤처진 창원시 농정당국

 사람들의 인식이 모두 이러하니 창원시 행정당국에서도 인구가 밀집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도심과 기업들에만 신경을 쓰고 농업행정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여 왔습니다.


 그 예로 내 고향인 남해군 지족리 갯마을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창원시 귀산동 갯마을을 예로 일례로 비교해보겠습니다.
 남해군의 갯마을에는 1990년대부터 정보화마을로 지정하여 마을에는 마을회관과 별도로 정보화 교육장 건물을 지어 이 곳에서 60~70대 노인들에게도 인터넷교육을 시켜 남해의 특산물인 유자, 마늘을 비롯해 바다에서 생산되는 죽방렴멸치와 굴을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기도 하고 죽방렴과 갯벌을 체험장으로 운영하면서 마을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예산도 풍부하고 인근에 도심을 끼고 있는 창원시 귀산동은 마산인근에 살던 사람이면 ‘구실포도’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던 곳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포도밭이 참다래밭으로 변하고, 참다래 생산량이 경남에서 제일 많음에도 귀산동의 농가 중에서 이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농가는 단 하 농가도 없을 정도로 정보화에 뒤처져 있습니다.

 

 

-특산물 축제를 정치인보다는 생산자를 위한 축제로..

하다 보니 사설이 길었는데 김순재 조합장이 주장하는 바는 대체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농가소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단감축제니 뭐니를 하기보다는 농민들에게 실질 소득에 도움이 되게 농산물의 판로개척을 위한 홍보나 마켓팅과 같은데 예산지원을 하는 것이 정부와 농협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보나마나 한 특산물 축제장이지만 팸투어 일정에 계획되어 있으므로 가보니 역시나였습니다.
 무슨무슨 체험장,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는 포장마차, 엿을 파는 각설이 등등...
 그리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차림새로 보아 외지인은 없고 모두가 그 주변에 사는 농민들이고 아이들 몇몇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행사장을 한 바퀴 돌고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먹거리 장터에 블로거 몇몇이 막걸리 한 잔을 하면서 홍보용 팜프렛을 보니 이불 뒤집어쓰고 오만 짓거리 하는 지역특산물 축제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다름 아니라 팜프렛 첫머리에 나오는 격려사, 축사를 하는 인물이 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정치인이 무려 9명이나 되었습니다.
 행사장에서 따분한 축사를 듣고 있을 참가인들의 심정을 여러분도 이해사시겠지요.

 

 단감축제는 결국 농민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단감을 빌미로 사람들 모아 축사를 하는 이들을 위한 행사인 것입니다. 

 행정당국과 농협에 바랍니다.
 앞으로 이불 속에서 하는 이런 행사는 집어치우고 그 돈으로 농산물 직거래를 할 수 있는 농민들의 정보화 교육과 판로개척에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