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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배. 산기슭에서 홀로 우는 사연.

선비(sunbee) 2017. 8. 28. 08:00

 경남도지사 후보 8부 능선 넘은 공민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사람들이 자천타천 후보로 물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한 경남도지사후보군으로 더불어민주당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세간에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실 부산과 마산의 PK지역은 본래 민주화 운동이 가장 극렬했던 야성의 도시였는데 어느 날부턴가 꼴통보수지역이 되어 지난 선거 때만 해도 한나라당,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부엌의 부지깽이도 당선될 정도였습니다.
 이런 묻지마식  투표경향에 기대어 당선된 홍준표 전 도지사를 포함한 지금의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은 민심에는 안중에도 없이 온갖 못할 짓들을 스스럼없이 했습니다. 그러다 대통령은 탄핵되고 50%에 가깝던 당의 지지율도 10% 아래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부지리로 더불어민주당 주가가 많이 오르게 되었습니다.

 

 사실 홍준표 도지사가 그만두고 민주당 경남도지사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이 김경수 국회의원입니다. 김경수 의원은 2014년 도지사선거에서 보여줬던 저력으로 보나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중의 복심이라는 점으로 보나 그가 민주당 후보로 나선다면 당내경선이나 본선에서 그를 감당할 수 있는 민주당후보는 사실상 없을 것입니다.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경남도지사후보로 나선다는 말을 듣고 나는 ‘김경수가 나올낀데 무슨 수로????’하고 의아해했습니다. 그런데 그 의아심이 지난 7월 11일 ‘공감포럼’ 창립식에 가서 보고 싹 가시게 되었습니다. 공감포럼은 경남도지사 선거를 대비하는 공시장 측의 외곽조직 성격이고, 그 자리에 김경수 의원의 부인이 축하객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나는 속으로 ‘이 정도면 공시장이 민주당 경선 8부 능선은 넘은 셈이구나.’ 라고 판단했습니다.

 

 

 

처절하게 고독한 소나무 공민배의 사주팔자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충 전술한 바와 같고 이 행사장에서 내게 좀 쇼킹하게 와 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공민배 그가 하는 인사말 말미에서 언급한 선문답 또는 자작시와 같은 소나무 이야기인데 그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외로운 소나무 한 그루가
산기슭 언덕배기 위에 서 있었습니다.
그 소나무는 한 겨울에 눈 덮인 채로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혹자는 그 소나무가 죽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언제 봄이 오겠냐며 내버려 두었습니다.
-중략-


 나는 알 듯 말듯 한 그의 이 독백을 듣고 가슴 한 쪽이 찡했습니다.

 그가 젊은 나이에 초대 민선 창원시장을 역임하고 17대, 18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마하고는 많은 세월을 낭인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적막감, 고독감 그런 것이 찐하게 묻어났습니다.

 
 공무원 사회에서 계급으로 치자면 그는 시장이고 나는 겨우 6급에 그치므로 감히 비교할 바가 못 됩니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공무원을 그만 두었다는 점입니다.
 1999년 내가 사표를 내면서 면담하는 자리에서 그는 “나도 사표 쓰면서 고민 많이 했다. 1년만 더하면 평생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19년 하고 그만 두려니 그 점이 엄청 고민됐다.”하면서 내게 “공무원을 했으면 사무관은 하고 그만 두어야지. 내가 1년 안에 자리 만들어서라도 사무관 만들어 줄 테니 고집 고만 부리고 1년 만 더해라.”고 했습니다.


 아무튼 내가 공직을 그만두고 살아보니 예전에는 그토록 많이 찾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썰물처럼 가버리고 그 자리를 적막감과 고독감이 대신하였습니다.
 미관말직에 근무했던 내게 와 닿는 느낌이 그 정도일진데 시장을 역임한 그의 느낌은 나와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겠지요.

 

 그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사주팔자는 커다란 관목이고 주변에 물이 많은 것 까지는 좋은데 계절상 늘 불의 기운이 없는 겨울에 있어 세력을 뻗치질 못하는데 내년에는 자신에게 화기(火氣)가 확 불어오는 운세에 있다고 합니다.
 그의 말대로 눈에 덮여 죽은 듯한 소나무가 따스한 훈풍에 수려한 자태를 드러낼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입니다만 적어도 그가 느끼는 고독감에 대해서는 나는 100% 공감하는 바입니다.

 

 시는 처절하게 고독한 자만이 쓸 수 있다했는데 그가 공감포럼 창립식에서 읊조린 독백에서 배어나는 고독이 타인의 가슴까지 전달된다는 것 자체로 그는 반 시인이 된 듯합니다.  이런 그의 모습은 예전에 보지 못했던 생경한 모습입니다.
 내 바램은 이런 자신의 가슴 절절한 사연들이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남도민 모두의 가슴가슴 마다에 다 있다는 사실을 깊이 헤아려 홍준표 도정의 그 살벌했던 냉기와 독기를 확 걷어내고 봄의 햇살과 같은 따스한 세상을 만드는 노력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입니다.
그의 처절한 고독이 그 자신의 내면을 향하는 시인으로 만들지, 다수인의 삶을 바꾸는 정치인으로 만들지 앞으로 눈여겨 볼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