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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마, 함흥 주모의 발칙한 음모가 창원에 이르러...

선비(sunbee) 2017. 10. 17. 12:07

 지난 10월 14일 주로 국방과 성곽에 관한 내용으로 지역에서 블로거 활동을 하는 팬저 조현근이 제안해서 구 진동면사무소(옛 진해현 관아)에서 열린 동무 이제마의 진해 현감 부임 130주년 기념행사엘 가보았습니다.

 조현근은 이제마가 진해현 현감을 지내면서 한국 의학계의 독창적 의서인 '동의수세보원'을 저술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이것이 지역의 큰 문화적 자산임에 착안하여 창원시당국에 문화 콘텐츠사업을 제안하였으나 무관심하므로 민간 차원에서라도 시작해보자하여 개최한 행사였습니다.



-사진들은 펜저님의 꺼 빌렸습니다.-


 사실 나는 행사장에 참석한 그 순간까지도 체질이 태양인이니 소음인이니 하는 소리는 많이 들었어도 ‘이제마’라는 인물도 ‘사상의학’이라는 의학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이날 박상표 마산검역소 소장이 “우리민족이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가 한글이며 다른 하나가 사상의학이다”라고 하는 말에 인터넷을 검색해보고서야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마는 무예를 좋아해 장차 훌륭한 장수가 되겠다는 각오로, 스스로 '동쪽나라의 무인'이라는 뜻으로 '동무(東武)'라 호를 지었는데 그의 탄생일화가 재미있습니다..

 

『아버지인 이 진사가 어느 날 술에 취해 주막에 묵었다. 이 주막에는 늙은 주모가 과년한 딸 하나를 데리고 살았는데, 인물이 박색일 뿐만 아니라 사람됨이 변변치 않아 시집보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주모는 이 진사가 술에 취해 묵고 있던 방에 딸을 들여보내 하루를 묵게 했다.


 열 달이 지난 어느 날, 할아버지 충원공의 꿈에 어떤 사람이 탐스러운 망아지 한 필을 끌고 와서 "이 망아지는 제주도에서 가져온 용마인데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귀댁으로 끌고 왔으니 맡아서 잘 길러주시오"라고 한 뒤, 기둥에 매 놓고 가버렸다. 충원공은 꿈이 하도 신기해 일어나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때, 밖에서 누가 급히 하인을 불렀다. 하인이 나가보니 어떤 여인이 강보에 갓난아기를 싸안고 들어왔다. 충원공은 조금 전에 꾼 현몽이 떠올라 그 모자를 받아들이고 아이의 이름을 제주도 말을 얻었다 해서 '제마(濟馬)'라고 지었다.』



 이제마는 함경도 함주군(지금의 함흥) 진사 이반오의 장자이긴 하지만 주모 딸인 어머니의 신분 때문에 서자로 밖에 행세할 수 없었습니다.

 서자라는 신분적 장벽 때문에 그는 문반이 아닌 무반으로 입신하려 했고 실제로  1896년 강원도 최문환의 모반을 진압하여 함경남도 고원군수(종4품)로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무인인 그가 의학을 연구하게 된 이유는 그는 식도 협착증ㆍ구토증과 손발이 마비되는 신경염 등 고질병이 많았는데, 여러 의원에게 치료를 받아도 효험이 없자 스스로 의학을 연구하여 치유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세종대왕의 한글 다음으로 독창적인 학문이었다고 하는 ‘사상의학’이란 어떤 것 인가를 인터넷에서 대충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ㆍ중국ㆍ일본에서 발달한 동양의학은 인체와 자연의 기(氣)를 중시하는 의술이다. ‘음양오행’이라는 단어에 집약되었듯이, 그 기는 일단 음양으로 크게 나뉘고 다시 오행(목ㆍ화ㆍ토ㆍ금ㆍ수)으로 세분된다. 이런 논리에 따라 이제마 이전까지 동양의학은 인체의 주요 구성을 ‘오장육부(五臟六腑)’로 파악해 왔다.


 그러나 ‘사상의학’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이제마는 오행이 아니라 사상(四象)이라는 새로운 체계에 입각해 의학을 구축했다. 그는 인체를 ‘사장사부(四臟四腑)’로 파악하면서 그동안 환자의 병증에만 치중한 치료에서 벗어나 환자의 체질을 일차적으로 중시하는 새로운 의학을 주창했다.   즉 그는 수많은 개별적 증상보다 환자의 체질이 더욱 중요하므로 증상이 같더라도 체질이 다르면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모든 병은 심화(心火)를 끓이는 데서 생긴다”면서 감정의 동요를 가장 중요한 병인(病因)으로 지적했다. 그는 “옛날 의사들은 사랑과 미움, 기쁨과 분노 등이 치우쳐 병이 되는 것은 모르고, 음식 때문에 비위(脾胃)가 손상되거나 추위ㆍ더위ㆍ습기의 침범 때문에 병이 생기는 것으로만 알았다. 일을 할 때 적절하게 응변(應變)해 지나치게 심화(心火)를 태우지 않으면 오래 살지 못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마가 보기에 심화를 일으키는 요인은 ‘주(酒)ㆍ색(色)ㆍ재(財)ㆍ권(權)’이었다. 그는 “이 네 가지는 옛부터 경계해온 것으로 사람의 수명이 여기에 달려있다”면서 “교만하고 사치스러우면 반드시 사치와 여색을 탐하고, 게으르면 반드시 술과 식탐을 내며, 속이 좁고 급하면 반드시 권세와 총애를 제멋대로 휘두르고, 탐욕스러우면 반드시 돈과 재물에 욕심을 낸다”고 지적했다([동의수세보원]』




 이 내용을 보자면 사람의 체질과 기질은 운명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이것은 인력으로 다스릴 수 없는 DNA이기 때문에 병적 증상을 가지고 다스릴 수 없으며, 이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심화 즉 스트레스의 요인을 가지고 다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체형을 보고 체질을 알 수 있고, 체질을 알면 그 사람의 성품까지 가늠할 수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신통방통한 의술입니까?

 요즘 말하는 유전적 DNA 질병과 스트레스성 질병 치유법을 총망라하였으니 참으로 획기적인 의술이라 할 것입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창원시장후보로 뛰고 있는 전수식 마산 전부시장도 참석했는데 그는 “산청에서 실상도 없는 허준과 유의태의 이야기를 가지고 한방의 본거지가 산청인 것처럼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야단법석을 하는데 분명한 역사적 증거가 있는 이제마라는 주제를 놓고도 이제까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앞으로 이제마를 스토리텔링하여 노령화 시대의 노인복지와 한방의료를 접목하여 삼진이 한방의학의 메카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그 외도 지금까지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는 진해현 동헌과 성곽 그리고 애민비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특히 곰솔조경 박정기 대표의 노거수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쪽의 함흥 주막집 주모의 발칙한 음모가 머나먼 남도 창원에 이르러 꽃을 피우다니....

 창원시장 후보 전수식은 그 주모와 과연 인연이 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