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산

남과 여. 로망과 로맨스. 그리고 세컨하우스

남과 여. 로망과 로맨스. 그리고 세컨하우스 자세히보기

에코펜션

요즘 캠핑, 힐링인지 킬링인지 따져볼 일이다 - 배내골 에코펜션에서

선비(sunbee) 2014. 7. 31. 08:00

 언제부턴가 모든 광고에 웰빙이라는 단어가 난무하더니 근래에 들어서는 힐링이라는 단어가 찐빵의 안꼬 모양 빠지는 데가 없습니다.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이나 육체를 치유한다는 뜻인데 요즘 보면 의.식.주를 포함해 여행, 독서, 등산, 심지어는 차 한 잔, 팥빙수 한 그릇 먹는 것도 힐링을 갖다 붙이니 한 마디로 힐링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야외에 나가 텐트를 치고 자연을 벗 삼아 즐기는 캠핑이라는 것이 힐링의 대세인 것 같은 풍토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즐기는 오토캠핑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힐링인가 싶은 의문이 듭니다.


 캠핑의 힐링은 그야말로 자연을 벗 삼아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과 공감하는 가운데 자연과 내가 하나 되어 심신을 치유하는 것인데 오토캠핑장의 광경은 정말 아니올씨다입니다.
 자연과 공감하기보다는 과식과 과음을 하느라 엄청난 폐기물을 배출하여 자연을 훼손하고 자신의 육체마저 멍들게 하는 킬링 캠핑족이 대부분입니다.

 

 

 

 내가 보기로 집채만 한 텐트를 치고 온갖 집기를 다 갖추고 근사하게 폼 잡는 사람들은 정말 캠핑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캠핑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일탈의 휴식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휴식은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지치면 그것은 이미 휴식이 아닙니다.
 더운 여름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며 몇 시간에 걸쳐 텐트를 치고 걷는 노동력, 그리고 그 많은 장비와 음식을 빈틈없이 챙기느라 받는 스트레스를 제하고 나면 휴식과 힐링을 느낄 턱이 없습니다.
 또한 집에 돌아와서는 이 장비들을 세탁하고 손질해서 제대로 보관하려면 뒷일 또한 고역입니다.

 

 내 경험을 이야기 하자면 나는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캠핑을 좀 다녔는데 나도 처음에는 6인용 큰 텐트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 큰 텐트는 해수욕장에서는 좋지만 산에 가면 텐트를 칠만한 정도의 평지 찾기가 쉽지를 않습니다.
 설사 그 만한 장소를 찾았다 해도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진 장소는 없고, 텐트 크기의 자리를 다듬고 혹시 모르는 우천을 대비하여 물도랑을 내고 텐트를 치는 작업이 만만찮은 것입니다.(예전에는 오토캠핑장이 없었으므로 텐트 자리를 본인이 모두 정비할 수밖에 없었음)
 그렇게 몇 번 고생을 하고서는 가장 소형텐트를 구입하여 사용하니 넓직한 바위 하나만 있어도 칠 수 있고, 하루 종일 햇빛 한번 들지 않는 시원한 곳에 칠 수 있고, 텐트 치는데 10분이면 족하니 정말 좋았습니다.
 그 맛에 나는 혼자 책 몇 권과 간단한 음식을 챙겨서 아무도 없는 산 속에서 그야말로 새소리 벌레소리 들으며 자연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호수나 강가에서 낚시를 하며 며칠씩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배고프면 밥 먹고, 잠 오면 잠자고, 책 읽고 싶으면 책 보고 그야말로 쪼대로 며칠을 살다보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입니다.

 

 혹여 이 글을 읽고 캠핑장비를 사고자 하는 분이 계시다면 가장 작고 최소한의 장비만 구입하기 바랍니다.
 1년에 고작 한두 번 가는 장비에 수백만원을 투자하여 그 장비에 노예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바보짓입니다.
 그리고 제발 삼겹살에 소지지 바비큐를 곁들인 성찬 같은 것은 유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런 것은 조리기구가 잘 갖춰진 집에서 해먹고 자연에 갈 때는 그 순간만이라도 최소한의 음식만 준비하여 배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는 지혜를 발휘해보기 바랍니다.
 요즘은 전투식량도 골고루 있으므로 전투식량 몇 봉지에 기온에 관계없는 장아찌 두세 종류만 챙겨서 발 담글 정도의 물이 있는 조용한 곳을 찾아 캠핑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보다 더 경제적이고 편안한 힐링은 캠핑보다는 펜션 이용입니다. 예전에는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에 펜션이 없으므로 부득이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해야 했지만 요즘은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에는 어디 할 것 없이 편리한 펜션들이 다 있습니다.
 고작 년 중 한두 번 이용하는 캠핑 장비를 마련하는 돈이면 10년은 펜션 이용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토캠핑을 하거나 펜션을 이용하거나 간에 귀하게 낸 시간인 만큼 먹자, 마시자보다는 독서하고 명상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