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에서는 대체로 녹차나 전통차를 마십니다만 혼자서 식후의 차로는 아무래도 커피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1회용 커피를 뜯다가 문뜩 30년 전 우연히 보게 된 마누라의 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찻집을 하고도 남을 정도로 차그릇이 많은데 마누라가 유난히 차그릇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제사 짐작할 것 같습니다.
일기장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면장실에 손님이 왔다.
면장님이 나보고 커피를 타오라고 했다.
순간 창피하고 부끄러워 어디로 숨어야 할지 몰랐다.
나는 한 번도 커피를 타 본적 없다.
나도 하루빨리 커피 타는 법을 배워서 당당하게 손님을 맞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아니 꼭 그렇게 하리라.」
지금 보면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1978년이니까 이때는 1회용 커피라는 것이 없었고,
마누라는 집이 가난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면서기를 하기까지 단 한 번도 커피라는 것을 마셔보지도 타보지도 않았기에 그만. . . .
이사할 때마다 무게도 무겁고 다루기도 조심스러운 차그릇 때문에 엄청 다투었는데 오늘에사 마누라의 집착증을 이해하게 되네요.
나무관세음보살~~
ㅋㅋ
-거창군 가북면 용암리 용암선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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