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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이전에 피눈물 나는 사람들.

선비(sunbee) 2012. 11. 22. 11:00

  며칠 전 도청 후문 쪽 용호동에 있는 한 식당에 들렀습니다.

  90년대 초만 하드라도 이 곳 갈비집, 한정식 등 고급음식점들은 도청직원들과 접대손님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넘쳐나고 자정까지 간판불이 꺼지지 않는 호항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IMF를 거치면서 도청의 구내식당을 민간에게 위탁하고부터는 구내식당의 식사가 외부 식당보다 값이 싸고 질이 좋으므로 오히려 외부의 박봉 샐러리맨들이 도청구내식당을 찾을 정도로 역전이 되었습니다.

 

 도청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직원들이나 출입기자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예전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도청후문에서 용호동 식당가에 이르는 보도는 도청직원들의 발걸음들이 줄을 이었고 신호등 건널목이 비좁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점심시간에 건널목 신호등에 대기하는 공무원은 눈을 닦고 볼래야 볼 수가 없고 대신 도청 앞에 있는 오피스프라자라는 오피스건물에서 나오는 젊은 여직원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도청과 같은 관공서가 있다고 하여 상권이 좋다는 이야기는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정황은 비단 도청주변만이 아니라, 지금의 창원시청 옆 상권은 공무원보다 청소년들이 더 붐비고, 가장 근래에 지은 진해구청 옆에는 생각보다 음식점이 몇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찾은 식당주인은 요새 도청에 짜장면 몇 그릇 팔아가지고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사는데 도청을 이전한다고 지랄병들을 하니 돌아버리겠다.”며 도청이전 공약을 두고 게거품을 물었습니다.

 이집은 본래 밀면과 냉면을 주 메뉴로 하는데 요즘 장사가 하도 않되 궁여지책으로 짜장면 만드는 기술을 배워 팔면서부터 도청직원들이 야근을 하면서 짜장면을 배달시켜먹는 통에 그나마 겨우 입에 풀칠 할 정도라 합니다.

 이러한 식당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도청이전은 그야말로 10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그 자체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위 식당주인보다 더 가슴치고 통탄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바로 창원원주민들입니다.

 90년대 들어서는 보상금을 제대로 주었지만 70~80년대 유신군부독재시대만 하드라도 국가산업단지를 개발하면서 원주민의 문전옥답을 그저 빼앗다시피 헐값으로 가져가서는 널찍널찍한 도로 만들고, 공원 만들고, 청사부지 만들고 저들 마음대로 해놓고서는 이제 와서 창원이 좀 살만하다 싶으니까 시청을 이전한다, 도청을 이전한다며 지랄을 한다는 것입니다.

도청부지를 팔아서 경남도의 빚도 갚고 진주에 제2청사를 짓는데 떼어준다고 하는데 도청을 꼭 가져가고 싶으면 도청부지는 원주민에게 돌려주거나 원주민공원으로 조성해야지 국가가 원주민한테서 땅 뺏어서 땅장사를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이야기냐며 흥분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날 창원을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원스레 뚫린 도로와 도심 곳곳에 잘 꾸며진 공원들에  감탄사를 절로 토해냅니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하고 멋진 모습의 도시 이면에 유신과 군사독재의 무지막지한 착취와 창원원주민의 뼈아픈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산이 높을수록 계곡이 깊고,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선명하듯 오늘날 창원의 명암은 이를 보고 느끼는 감탄사의 크기만큼이나 원주민의 한탄 또한 컸음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경남도청이전을 운운하는 훙준표 경남도지사후보는 경남도청부지가 창원원주민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시금 살펴보기 바랍니다.
 원주민으로부터 빼앗은 땅을 팔아서 정부가 땅장사를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다시는 입에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또한 각고의 노력 끝에 짜장면 몇 그릇 팔아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사는 서민들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