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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야기/창원시정에 관한 이야기

박완수 시장님! 누비자는 시민의 피땀입니다.

선비(sunbee) 2012. 10. 18. 12:20

박완수 시장님! 누비자는 시민의 피땀입니다.

 

 며칠 전 방송에서 누비자 자전거 보관 받침철판이 두 배나 부풀려진 가격으로 납품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 철판은 제조과정이 간단하므로 원가분석도 간단히 판명되었습니다만 정작 값이 비싼 거치대나 자전거는 원가가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보통의 사람들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즉, 누비자 자전거와 관련해 얼마나 시민의 혈세가 축이 났는지 아직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 속에서 지금까지 창원시는 누비자 자전거를 앞세워 각종 환경정책 경진대회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하고 박완수 시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100대 인물에 오르는 엄청난 영예도 안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창원시가 과연 환경상을 휩쓸 만큼 진짜 친환경적인 도시정책을 펼쳐왔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거꾸로 가는 환경수도 창원
 그동안 창원시는 환경수도를 자칭하며 각종 정책을 쏟아 냈지만 이렇다하고 내세울만한 업적이라고는 누비자 자전거 말고는 별로 눈에 뛰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멀쩡한 도심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든답시고 몇백억을 들여 두 번 세 번 공사를 한 창원천 남천의 생태하천 공사는 4대강 사업과 별반 다를 바 없지 않나, 몇십억을 들여 만든  안민터널 자전거도로는 매연 때문에 하루에 한 대도 지나지 않는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지를 않나, 물결과 바람결이 선순환 하는 환경도시를 만든다면서도 바다를 매립하여 물길을 막고 고층아파트를 지어 바람길을 막지 않나...

 

 

호우에 떠내려간 창원천 모습

 

-k-eco 카페 사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창원시 어디에선가 자전거 도로를 만든답시고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자전거도로를 가만히 관찰해 보면 중간중간에 불쑥불쑥 버티고  있는 가로등과 전주, 변압기와 승차장 같은 지장물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부서는 자전거도로를 만들 뿐이고, 가로수를 심는 부서는 가로수를 심을 뿐이고, 각자 자기 몫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급급할 뿐 정작 보행자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의 입장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느낌입니다.

 

 

 더욱더 큰 문제는 도시의 골격을 만드는 도시계획에 있어서는 경제논리만을 쫓아 40년 전 도시계획 수준에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입니다.
 40년 전에 입안한 창원의 도시계획에서는 잔전거도로, 보행자도로, 공원이 넉넉하게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개발된 상남상업지역, 성주택지지구, 봉림아파트지구를 보면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40년 전인 1970년대에 계획하였던 전국최초의 계획도시, 전원도시 창원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상 수상은 ‘쩐’의 경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창원시가 각종 환경경대회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쩐’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창원시가 ‘쩐’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기업들이 많이 있으므로 인구수에 비하여 세입이 많습니다.


 둘째, 기성 도시들에서는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는데 예산의 대부분을 투자하는데 반해 창원시는 이런 것이 이미 잘 갖추어져 있으므로 도시기반시설 확충 예산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셋째, 창원시는 택지개발사업으로 땅장사를 하는 도시특별회계라는 또 하나의 넉넉한 쌈지주머니가 있습니다.

 자, 이러고 보면 통합 전 창원시는 적어도 재정운영 면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습니다.


 역대 창원시장들 중에 일 못했다고 욕 들어먹는 이가 아무도 없었던 이유도 이렇게 넉넉한 재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산이나 진해와 같이 구 도시들은 세입도 열악한데다 열악한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는데 급급한 반면, 창원시는 세입은 풍부한데 반해 도시기반시설 확충에 많은 예산이 투자되지 않으므로 폼 나는 일 즉, 종합운동장, 문화회관, 복지회관, 스포츠센터 건립 등에 예산을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 캡쳐 사진-

 

 

 누비자 자전거도 그렇습니다.
 1년에 200억이나 되는 엄청난 사업비가 투자되는 누비자 자전거 사업은 창원시가 아니고서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꿈도 꾸지 못하는 정책입니다.
 자전거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예산이 200억인데 자전거 도로를 만든답시고 들어가는 예산은 그보다 더 많을 것이고, 자전거 보관 받침판 가격이 부풀려 진 것이나 지난해 도로과 직원이 건설업체로부터 억대가 넘는 뇌물을 받은 사건이나 이 자전거와 도로에 들어가는 풍족한 예산과 무관하지 않다 할 것입니다.
 아마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이 창원시와 같이 누비자 자전거에 투자를 한다면 살림이 거들나고 말 것입니다.


 생태하천사업이나 안민터널 사업과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여유가 있다면 새로운 도로를 만들고 상.하수도를 정비하지 멀쩡한 하천을 뜯어고치고 사람도 못 다니는 터널에 자전거도로 따위는 만들 엄두도 못 내었을 것입니다.
 창원시가 각종 환경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심사기관들이 개선된 환경수치를 따지기 보다는 환경개선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자하였나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당연히 창원시가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라 봅니다.

 

 

오늘의 창원시 풍요는 원주민과 공단근로자 피땀의 결과물
 그렇다면 이렇게 창원시민이 풍요를 누릴 수 있게 했던 당사자가 민선 창원시장들이었을까요? 결코 아닙니다.
 오늘의 풍요를 안겨다 준 당사자들은 30~40년 전 창원시 도시계획을 입안하였던 박정희 대통령과 당시의 중화학기획단 인물들, 그리고 땅을 뺏기다시피 희생한 원주민들입니다.
 
 창원의 도시개발 40년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금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 도심 요소요소의 녹지대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고, 이런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치르진 원주민의 뼈아픈 희생과 애환에 가슴이 저미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급조된 공단의 공장에 산업인력이 없어 느닷없이 수도권에서 강제이주를 당하여 기계를 돌렸던 근로자들의 노고는 또한 얼마나 고맙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까?

 

 박완수 시장님께 바랍니다.
 위와 같은 창원시 역사를 기억한다면, 그리고 진정으로 원주민과 공단근로자의 애환을 가슴에 두고 있다면 구호로만 하는 환경수도, 친환경도시가 아니라 40년 전에 창원시가 추구하고자 했던 쾌적한 전원도시, 심호흡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어 주기 바랍니다.
 그리 근로자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이 공무원 뇌물과 특정업체 배불려주기와 같은 허튼 용도로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 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