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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야기/법원과 검찰이야기

‘부러진 화살’과 서형 작가의 가슴앓이.

선비(sunbee) 2012. 2. 13. 13:32

  블로그를 하는 바람에 영광스럽게도 공짜로 영화 ‘부러진 화살’ 시연회를 보았습니다.
 이 ‘부러진 화살’ 영화에서 나오는 ‘석궁사건’은 당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 첫째는 엘리트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재판에 불만이 있다고 하여 석궁으로 판사에게 테러(김명호는 시위라 함)를 감행한 것이고,
  둘째는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가 판사를 직무유기로 검사에게 고발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나는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난 이후 사건의 실체를 좀 더 정확히 알고 싶어 박훈 변호사가 블로그에 올린 공판기록과 이정렬 판사가 법원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읽고서는 ‘도대체 김명호라는 사람이 어떤 인물이기에 대학교수의 지성집단에서 왕따를 당하였으며, 석궁으로 무모한 짓을 하고, 또 용감하게 판사를 고발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강한 의문이 있었는데 이 영화 제작의 단초가 된 원작 ‘부러진 화살’ 책의 저자 서형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실마리를 대충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유산될 뻔 한 책 - ‘부러진 화살’
 이 책 서문 첫줄에 ‘결과적으로, 사건의 주인공인 김명호 교수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채 이 책을 내게 되었다. 김교수의 생각대로만 책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는 글로 시작합니다.

 서형 작가는 언론사와 같은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신분이었기 변호사나 판사와 같은 사람들이 인터뷰에 응해주지를 않으므로 김명호 교수와 같은 사법 피해자 본인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인터넷 검색, 주변의 기자들로부터 주워듣는 이야기, 또는 재판과정 기록, 그리고 박훈 변호사와 인터뷰 경우에는 창원까지 발품을 파는 등으로 김명호 교수의 이야기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알렸습니다. 서형 작가의 이런 노고 덕분으로 재판과정에 김명호 교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세력이 늘어났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형 작가는 2007년 8월 김명호 교수의 재판을 보기 시작한 이후로 그는 김명호 교수와 함께 사법부에 공분을 느끼기도 하고 무한한 연민을 가지고도 있었고, 그런 연장선에서 그 동안의 기록을 바탕으로 책을 만들기로 하고 2009년 초 원고를 들고 김교수에게 보여주자 특유의 막말퇴박을 주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한 달 넘게 앓아눕기도 하였다 합니다.
 김교수가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만을 쓰지 않고 방청객 이야기들도 같이 실렸다는 것입니다.
 서형 작가가 책 어디가 잘못됐고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요청하자 김 교수는 "넌 말해도 몰라. 마음대로 해. 나중에 보고 문제가 있으면 소송을 걸게." 이런 식의 답변을 하였고, 서형 작가는 너무나 속이 상해 출판을 포기하였는데 출판사 사장의 결단으로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나도 “노예근성의 국민‘인가?
 책 211쪽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법치국가를 원합니다. 즉, 법만 지키면 엿 같은 윗사람들 눈치 안 봐도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겁니다. 이 ‘엿 같은’ 나라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철저히 무시되는 보복을 당하더군요.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저 김명호이고.
 <중략>
 법? 얼마나 단순합니까? 초등 내지 중등 수준의 국어 독해력, 천자문 정도의 한자 실력, 논리력 세 가지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법전을 읽고 이해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나요? 그런데도 웃기는 게 노예근성의 국민들은 법전은 제쳐놓고 판사 말이면 다 믿는 겁니다.” 

 ‘넌 말해도 몰라’,
 ‘엿 같은 상사’
 ‘노예근성의 국민’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사정으로 전과 8범이 되면서 검찰조사를 받기도 하고 재판을 받기도 하는 과정에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을 들여다보았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부러진 화살’ 책을 보면 김명호 교수는 변호사를 제치고 스스로 법률 몇 조 몇 항을 들먹이며 판사와 검사를 사정없이 몰아세웠고, 판검사들은 피고로부터 난생처음 당하는 공격에 어쩔 줄을 몰라 쩔쩔매는 모습이 숱하게 있습니다.
 그의 재판을 방청하는 사법피해자들은 그들로선 엄두도 못내는 법률적 지식과 논리력으로 사법부를 공격하는 김명호 교수를 보면서 그동안 자신들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다 토해내다시피 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감치처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재판정에 계란까지 투척하며 김명호를 지지하고 응원하였을 것입니다.
 김명호 교수의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과 같이 사법부와 싸워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니 ‘노예근성의 국민’으로 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수학'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학교 공통수학도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김명호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하였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천재에 해당하는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재인 그가 보는 수학과 법률이 보통사람이 보는 수학과 법률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는 초등 또는 중등학교 수준이면 다 알 수 있는 법률이라고 하니 한마디로 어이가 없습니다.

 김명호 교수의 기준으로 본다면 대학원까지 졸업하고서도 사법부의 횡포에 고스란히 당한 내 같은 사람은 당연히 ‘노예근성의 국민’이 되고 맙니다. 내 뿐만이 아니라 서형 작가가 그렇고, 자신의 재판을 바라보는 방청객이 그렇고, 그를 재판하는 판사도 그럴 것입니다.

 나는 김명호 교수의 이런 모습에서 만일 그가 판사가 되었더라면 재판정의 풍경이 어떠 했을가를 상상해 봅니다.
 초딩,중딩 수준만 되어도 알 수 있는 법인데 이런 것 조차 모르고 법을 위반하였으니 피의자는 이유야 어찌 되었건 결과적으로는 법을 위반하였으니 엄벌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하지 않았을까요?
 석궁을 들고 갔고 피를 보았다는 사유만으로 석궁테러라며 판결을 내리는 신태길 판사의 모습이나,
 이유야 어찌 되었건 법을 어긴 것은 범법행위이니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김명호 판사의 모습이 어째 비슷해 보이지 않습니까?  
 

 서형 작가 가슴앓이.

                     김명호에게 보냈다가 반품되어 온 책을 들고 섭섭함을 토로하는 서형 작가
                               
- 이 사진은 실비단안개님의 사진입니다- 

 석궁처럼 날카롭고 힘 있는 논리력을 가지고 오만과 독선의 권위주의화신인 사법부를 향해 공격을 퍼부어대는 김명호 교수의 공격력 내지 전투력에 대해서는 존경과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없는 사법부와의 투쟁위업은 청사에 길이 남을 업적임에 틀림없습니다. ‘부러진 화살’ 영화에서는 김명호 교수의 이런 영웅적 행위를 너무나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서형 작가는 최고의 배우 안성기이지만 칼날 같이 매섭고 날카로운 전투력의 김명호 캐릭터를 다 소화하지 못하였다고 했습니다. 대신 국민배우 안성기가 뱉은 말이면 국민 누구나 신뢰를 하는 편이므로 이런 안성기라는 배우의 입을 통해 김명호의 말을 전함으로서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김명호를 전적으로 신뢰토록 하는 장치를 한 정지영 감독의 작전은 주효한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서형 작가는 책을 내는 과정에 김명호 교수와 불편한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가능한 한 김명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관점에서 영화 속에 없는 김명호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책 8쪽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또한 나는 이 책을 통해 김 교수를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김 교수를 권력화 된 사법부에 맞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불굴의 싸움을 벌인 ‘위인’으로 서술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고 신화로 만드는 것은 보통 사람들로부터 김 교수를 멀어지게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극적인 효과를 최대한 노려 김명호를 영웅으로 묘사했고, 책은 인간으로 묘사한 점이 ‘부러진 화살’이라는 같은 제목의 영화와 책의 차이라 할 것입니다. 

 나는 영화가 300만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면 당연히 이 영화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부러진 화살’이라는 책의 저자에게 저작권료가 돌아갈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를 못하다고 합니다.
 사연인즉 이 책은 기록물이므로 저작권은 김명호 교수와 박훈 변호사에게 있고,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석궁사건을 알게 되었고 영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긴 하였지만 책의 내용을 참조하지 않았으므로 저작권은 없다는 영화사의 주장이었다고는 하는데 요즘 말로 “이거 애매 합니다” 입니다.

 또한, 영화에는 300만이라는 사람들이 몰리면서도 정작 진짜배기 ‘부러진 화살’의 책은 영화 개봉 후 2천권 정도 밖에 더 나가지 않았다고 하니 이거 또한 이상한 현상입니다.

 서형 작가는 재판과정 내내 온갖 발품을 팔며 김명호 교수의 억울함을 온라인으로 세상에 알려 세인들의 주목을 끌게 하였고, 책이 출판됨으로서 드디어 영화가 만들어였고 지금의 대한민국 사법파동을 이끌어낸 가장 큰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는  한때 한없는 애정을 보냈던 김명호 교수로부터도 치욕적인 비난을 감수하며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니 세상사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바라건대 영화를 본 분이라면 책도 한번 읽어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건과 사람을 평가하였으면 합니다.
 이회기와 신태길 판사가 박홍우 판사의 말만 믿고 김명호 교수의 말은 배척하여 오늘의 불행이 발생하였듯이, 국민들은 영화 속의 단편적인 이야기만 믿고 특정인을 영웅시 하고 또 특정인을 마녀사냥 식으로 매도하고 왕따시키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09262